Research Article
<大理國梵像卷>과 眞身觀音
명지대학교
Published: January 2016 · No. 290·291 · pp. 20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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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大理國梵像卷>(이하 <범상권>)에 그려진 특정한 형식의 관음보살상이 ‘眞身’으로 명명된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을 살핌으로써 <범상권>에 투영된 大理國(937-1254)의 불교역사관과 상 숭배의 일면을 밝힌다. 12세기 후반 <범상권>을 구상하고 제작한 이들이 前代, 즉 南詔(653-902)의 문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불교 국가로서의 대리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진신이라는 개념과 그렇게 명명된 상을 이용했는지를 논하여 고대 불교도들의 상에 대한 인식의 한 측면을 조망하고자 한다.*br* 현재 대만 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는 <범상권>은 총 길이가 19미터에 달하는 긴 화권으로, 대리국의 利貞 황제 段智興(재위 1172-1200) 시기 張勝溫이라는 화공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리국에서 숭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교 신상들의 이미지가 총 136개에 달하는 프레임에 그려져 있는데, 그 중 99번째 프레임에는 ‘眞身觀世音菩薩’이라는 방제를 가진 상이 있다. 높게 틀어 올린 머리와 보관, 나신의 상체와 도티(dhoti) 형식의 裙衣, 특이한 모양의 영락 장식 등 상의 전체적인 형식은 참(Cham)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 보살상과 유사하다. 같은 형식의 상이 조각으로도 만들어져 30여점에 달하는 금동상이 전하고 있으며, 대리국의 수도였던 현 雲南省 大理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도 금, 금동, 목재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동일 형식의 상이 있어 이러한 관음 이미지에 대한 관심과 신앙의 비중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형태의 상이 왜 <범상권> 내에서 ‘진신’이라 불렸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필자는 같은 형식의 상이 등장하는 일본 교토 후지이유린칸 소장 <南詔圖傳>(899년 제작 추정)을 면밀히 살펴 상에 부기된 전설을 소개하고, 전설에 따라 관음의 화신인 범승이 화현을 통해 상으로 드러낸 관음의 참모습을 그대로 모사했다는 의미에서 상은 ‘진신’이라 불릴 수 있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남조도전>에 투영된 남조의 정치적 입장과 불교역사관을 도출하여 상이 특별히 동남아시아 양식을 취한 배경과 의미를 제시한다. 이어 <남조도전>에서의 도해가 <범상권>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개편되었는지를 살펴, <남조도전>에 이미 제시된 상의 존재론적 이중성(상이자 화현)이 <범상권>에서는 보다 더 효과적으로 시각화되었을 뿐 아니라, 별도의 프레임을 마련해 상이 아닌 신, 즉 관음의 모습으로 재창출되어 대리 고유의 배경 속에 상주하며 여타 형상의 관음을 초월하는 최상의 존재로 표현되었음을 밝힌다. 이를 통해 <범상권>의 제작자는 ‘진신’의 개념을 통해 조에 기원을 둔 특정한 형상의 관음이 개념적으로 우월할 뿐 아니라 동시기 중국(송)과는 구별되는 대리국의 독자적인 불교문화를 천명했음을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