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李成桂 發願 佛舍利莊嚴具의 硏究
Published: January 2008 · · pp. 31-65
Full Text
Abstract
이 논문은 조선의 태조인 이성계가 즉위 전에 발원하여 봉헌한 불사리장엄구 일괄품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이다. 이 사리장엄구 일괄은 1932년 금강산 월출봉의 한 석함 안에서 발굴되었으며,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사리장엄구 일괄품은 모두 9점으로, 동제발 1점, 銀器 3점, 백자 5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몇몇 용기에는 긴 명문이 기록되어 있는데, 명문 중에는 제작연대, 발원자, 그리고 봉헌 목적 등이 나타나 있어서 주목된다. 명문에 의하면 이 사리장엄구는 이성계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서 조선의 건국 직전인 1390년에서 1391년 사이에 미륵을 만나기를 기원하면서 발원된 것이다. 즉 이 사리장엄은 이성계의 종교적 신실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기 위한 정치적 준비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br* 이 사리장엄구는 2개의 탑형 사리장엄구와 동제발, 그리고 백자합 등으로 구성되었다. 안쪽에 봉안된 사리장엄구는 작은 라마탑형 사리장엄구로서, 은으로 만들어졌고 부분적으로 도금되어 있다. 라마탑형 사리장엄구 안에는 유리로 만든 원통이 있는데, 사리는 이 곳에 봉안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라마탑형 사리장엄구는 팔각탑형 사리장엄구 안에 놓여져 있었는데, 팔각탑형 사리장엄구 역시 은으로 만들고 부분적으로 도금한 것으로, 일부가 부식되어 있다. 팔각탑형 사리장엄구는 다시 동제발 안에 놓여지고, 이것들은 다시 백자합 안에 봉안된 상태로 봉안되어 있었다. 각각의 용기들에는 각각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명문의 내용은 일부 공통된 점도 있긴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br* 이 사리장엄구의 주요 발원자는 이성계와 그 두 번재 부인인 강씨부인이다. 또다른 발원자로 등장하는 인물로는 승려 월암과 황희석, 홍영통 등을 비롯하여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승려 월암의 행적은 자세하지 않으나, 태조의 초상화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일찍부터 태조와 절친한 인물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편 황희석과 홍영통은 조선개국공신녹권을 받았던 인물로서 주목된다. 한편 명문 중에는 사리기의 제작에 관여했던 여러 인물들의 명칭도 보인다. 백자발의 바닥에 이름이 새겨진 심릉은 강원도 방산 도요지에서 활동했던 陶工으로 추정된다. 또한 팔각탑형 사리장엄구에 이름이 등장하는 박자청은 조선 초기의 유명한 건축가이며 공조판서를 지냈던 인물로서 주목된다. 심릉과 박자청도 역시 조선개극공신녹권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은 사리장엄구의 제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들로서,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이후에 개국공신으로서 포상받았다고 추정된다.*br* 한편 명문 중에는 이성계와 그의 추종자들이 사리장엄의 공덕으로서, 미륵을 만나기를 기원하고 미륵의 새 세상을 건설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나온다. 한편 이러한 명문의 내용과 함께 백자 향합과 백자 향로가 이 사리장엄구와 함께 봉안되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당시 발원자들이 미륵에 대한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 혹은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기를 바랐던 것임을 뜻한다. 고려 말기에는 고달픈 민중들 사이에서 매향 의례가 크게 유행했다. 매향 의례도 역시 미륵에 의해서 세워질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것으로서, 역시 미륵신앙과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금강산에서 행해진 이 사리장엄은 미륵신앙과 민중의 염원을 따라서 이성계와 그의 추종자들이 세울 새로운 왕조의 준비를 위한 종교적이면서도 동시에 정치적인 상징물이 된다고 볼 수 있다.*br* 이성계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으며, 그의 추종자 중에도 독실한 불교 신자들이 상당수 있었다. 비록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훨씬 중요한 사상이었으며, 조선의 건국에 있어서 불교적 행위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선 초기까지 불교는 역시 중요한 사상 중의 하나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성계 발원 불사리장엄구는 바로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조선 건국에 있어서의 불교와 불교도들의 역할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