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tial Composition and Systems of Proportion in Utagawa Hiroshige’s One Hundred Famous Views of Edo
1 Seoul Institute of the Arts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mpirically elucidate the formal structure and visual system of late Edo–period ukiyo-e landscape prints through a geometric analysis of the spatial composition and proportional systems in One Hundred Famous Views of Edo (1856–1858) by Utagawa Hiroshige. While previous scholarship has largely emphasized Hiroshige’s lyricism and emotive expression, this paper reinterprets proportion as a fundamental principle of landscape construction by focusing on the concept of warikata no kokoroe (割方の心得, principles of division) presented in Ehon Tebikigusa (1849). The analysis reveals that One Hundred Famous Views of Edo employs proportional schemes based on bipartite, tripartite, quadripartite, quintipartite, and √2-1 divisions, applied independently or in combination. Through these proportional structures, visual stability and tension, openness and density, the movement of the viewer’s gaze, and spatial depth are organically regulated. These formal characteristics suggest that the compositional experiments in ukiyo-e landscape prints that developed after Hokusai were further systematized and diversified in Hiroshige’s work, particularly at the level of proportion and compositional logic. Hiroshige’s use of proportion also serves to mitigate the artificiality that can arise from close-foreground compositions and the incorporation of Western linear perspective, instead harmonizing the overall spatial order of the picture plane to achieve visual balance and rhythmic coherence. Furthermore, by reconfiguring conventional illustrated images of famous places into sensorial and experiential spaces, Hiroshige formally embodies shifts in late Edo visual culture, reorganizing both the meaning of place and the viewer’s mode of perception.
Ⅰ. 서론
에도 후기의 도시적 감각과 시각문화는 우키요에 풍경화의 성립과 더불어 급격히 확장되었다. 그중에서도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의 『명소에도백경』(名所江戸百景, Meisho Edo Hyakkei, 1856~1858) 이하 <에도백경>)은 에도의 도시 공간과 일상 풍경을 주제로 한 일련의 판화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아왔다1. 이 시리즈는 표면적으로는 명소를 기록하는 풍경 판화이지만, 그 구도와 공간 구성은 단순한 지리적 재현을 넘어 보는 주체의 시각적 개입과 리듬을 유도하는 조형 실험의 결정체로 이해된다. 즉 히로시게의 <에도백경>은 에도 후기 일본 회화에 나타난 시각 체계의 변화양상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히로시게의 우키요에 풍경화에 대한 선행연구는 대체로 작품의 서정성, 이를테면 안개, 비, 눈, 황혼 등 자연현상에 담긴 정서 표현에 주로 초점을 두어 왔다2. 반면 스즈키 주조(鈴木重三)는 히로시게의 선원근법과 음영법에 주목하며 그를 ‘자연의 시인’이 아닌 ‘노력과 고안(努力工夫)의 화가’라 명명했다. 특히 그는 각 판화 테두리의 검열인(改印) 연월을 근거로 1856년 음력 5월까지의 작품들이 사이토 겟신(斎藤月岑)의 지리지(名所誌)인 『에도명소도회(江戸名所図会)』의 양식을 따르고 있음을 제시하였다3. 이 시기의 작품들은 조감(鳥瞰) 구도, 세밀한 묘사, 그리고 중심 초점의 결여라는 특징을 공유한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무렵부터는 시점이 점차 낮아지며, 전경에 대담하게 확대된 사물을 배치하고 그 뒤로 원경을 병치시키는 구도가 등장한다. 스즈키는 단순히 간행본의 목차 순서로는 설명될 수 없는 급격한 구도 전환이 시리즈 발행 중에 일어났음을 밝힘으로써 <에도백경>의 조형 분석에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한편, 헨리 스미스(Henry D. Smith Ⅱ)는 <에도백경>의 약 1/3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전경과 원경의 극적 충돌 양식을 ‘움직이는 그림(moving picture)’이자 영화적 시지각(cinematic vision)으로 해석하며 히로시게 구도의 시각 효과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 바 있다4. 그러나 이 연구들은 주로 구도의 변화와 표현 효과에 집중되어 있어, 히로시게의 화면을 지탱하는 형식적 구조(formal structure), 특히 비례와 구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증적 분석은 상대적으로 미진하였다. 본 연구는 바로 그 공백에 주목한다. 히로시게가 『에혼테비키구사』(絵本手引草, Ehon Tebikigusa)에서 직접 언급한 ‘분할의 심득(割方の心得, Warikata no Kokoroe)’을 단서로 삼아, 본 연구는 그가 풍경 구성의 근본 원리로 비례(proportion)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회화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기하학적 조형 의식을 기반으로 한 공간 구성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으로서 히로시게의 풍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분석의 초점은 <에도백경>에 나타나는 주요 비례 체계가 어떻게 화면 내 긴장과 안정, 리듬과 균형, 비움과 채움을 조직하고 풍경의 의미를 변화시키는지 밝히는 데 있다.
연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히로시게가 <에도백경>의 제작에 직접적으로 차용한 명소 지리지 삽화의 이중면 구도와 <에도백경>의 비교를 통해 히로시게가 세로 오반판(縦大判) 형식 속에서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분석한다. 둘째, ‘와리카타(割方)’ 개념을 근거로 각 비례 체계의 화면 분할 방식을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도식화하고, 그러한 공간 구성의 시각적 효과와 작품의 의미 변화를 고찰할 것이다. 결국 <에도백경>은 단순한 도시 명소의 기록을 넘어 시각적 경험을 조형적으로 구성한 형식 실험의 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히로시게의 비례 체계는 근상형 구도와 서양 선원근법 도입의 인위성을 중화시키며, 화면 전체의 공간 질서를 조율해 시지각적 조화와 리듬을 성취한다. 이러한 구성 원리는 감상자의 주체적 시선을 풍경 내부로 능동적으로 이끌어 들이는 독특한 시각 경험을 형성하며, 이는 에도 후기 시각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자리한다.
Ⅱ. 재현에서 재구성으로, 히로시게의 시각 체계 전환
에도 후기의 시각문화는 명소도회(名所図会)의 성립과 함께 시각적 정보의 집적과 분류의 체계를 구축하였다5. 명소도회는 특정 지역의 명승지, 사찰, 시장, 다리, 하천 등을 부감 구도로 포착하고, 그에 대한 해설문을 병기한 일종의 시각 지리서로 장소에 대한 집단적 인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에도의 경제 발전과 도로망의 정비는 야외 여가 활동과 여행 문화의 시대를 열었고, 이에 발맞추어 명소도회와 같은 지리서와 기행문학은 인기를 얻게 된다. 이는 즐거움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종교적 헌신을 요구했는데, 왜냐하면 이러한 활동은 대개 사찰, 신사 등 다양한 공급자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에도의 출판업 성장과 함께 명소도회의 인기는 우키요에 풍경화를 여가 문화의 아이콘으로 형성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에도 후기의 시각문화가 보는 행위를 지식의 재현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이토 겟신(斎藤月岑)이 편찬하고 하세가와 셋탄(長谷川雪旦)이 삽화를 담당한 『에도명소도회』(江戸名所図会, 1834~1836)는 이 장르의 대표적인 예이다6. 특히, 삽화의 구도는 도시 공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방식으로서 감상자의 시선을 화면 바깥의 관찰자적 위치에 고정시킨다. 결과적으로 명소도회의 풍경은 지리적 정보를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재현함으로써 장소의 지식화를 우선시한다. 따라서 화면은 시각적 깊이보다는 정보의 정확성과 가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도명소도회』를 비롯한 지리지의 삽화는 히로시게 본인의 그림책인 『에혼에도미야게(絵本江戸土産, Ehon Edo Miyage, 1850)』와 더불어 <에도백경> 시리즈에 직접적인 도상적 모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7. 히로시게는 <에도백경>의 풍경을 고안할 때 이미 제작된 그림책의 시각 체계를 빌려오되 그것을 단순히 계승하기보다 편집과 재구성(reconfiguration)의 대상으로 삼았다. 명소의 전체 풍경을 상세히 기록했던 당대 명소도회의 재현적 시각을 변용시키되, 그는 문화 시장에 이미 유통되고 있는 대상들에서 재료를 찾음으로써 감상자로 하여금 오히려 장소에 관한 기호와 의미의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를 유도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존재하는 문화적, 자연적 기호를 감각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감상자에게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보이도록 하는 시각적 편집 효과와 더불어 새로운 인식의 프레임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료고쿠하나비(両국花火)>는 히로시게의 차용을 통한 조형적 재구성을 잘 보여준다(Fig. 1

히로시게는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과 이것을 평면 위에 담아내는 방식 그 자체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때로는 거의 장난스럽다고 할 만큼 대담한 시점의 전환을 시도한다. 예컨대 그는 명소를 그린 그림책의 장소와 삽화를 참조하되, 실험적인 공간 구성과 새로운 풍경의 고안을 위해 작품 제목이 가리키는 장소 그 자체를 풍경을 바라보는 위치(view point)로 전환하기도 한다. 지명의 전체 풍경을 묘사하는 대신 제목에 등장하는 장소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삼아 감각적인 체험의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때 감상자는 마치 그 장소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받으며 작가의 시각적 전략에 의해 장면 속으로 이끌린다.
<야쓰미노하시(八ツ見の橋)>는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Fig. 3

동시에 그는 화면 전면에 드리운 버드나무 가지를 전경에 확대하여 묘사하고, 그 뒤편에 후지산을 배치하였다. 즉, 전경의 일부 사물을 과감히 잘라 확대하고 그 뒤로 원경을 병치시키는, 이른바 근상형 구도(近像型構図)를 도입한 것이다8. 전경에 묘사된 부드럽게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와 화면 왼쪽 아래의 다리 난간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풍경을 조직하는 하나의 틀(frame)로 기능한다. 이러한 구성은 근경의 물체와 멀리 펼쳐진 풍경 사이의 강한 대비를 통해 시선의 이동과 극적인 원근감을 창출한다. 수직으로 구성된 이 풍경은 상하 공간의 대비와 시선의 수직적 흐름을 통해 화면 내부에 리듬을 형성하며, 감상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하늘과 강 사이의 후지산으로 유도한다. 또한, 황혼을 나타내는 수평선의 붉은 보카시(暈し) 처리는 이러한 시각적 유도 효과를 한층 강화하며, 결국 이 풍경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화면 왼편 하단에 배치된 두 개의 양산이다. 이 전경의 사물은 히로시게 특유의 근상형 구도가 지닌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는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점의 위치 자체를 화면 속에 직접적으로 표식화하는 장치를 심어두었다. 이 장면에서 감상자의 시점은 양산을 든 인물보다 높은 위치에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감상자는 그림 속 인물들 사이에서 키가 큰 누군가의 시선으로 풍경을 내려다보거나, 혹은 양산 위를 스쳐 날아가는 새의 시선이 되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감각적 경험을 상상하게 된다. 이처럼 히로시게 풍경화의 근상형 구도는 다층적인 시점의 변주를 통해 독특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그는 인간의 눈높이에 대응하는 수평 시점에서 극단적인 조감(鳥瞰) 시점, 그리고 개미의 시야와 같은 저위(低位) 시점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감상자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히로시게가 제시한 이러한 시각 체계의 전환은 기존의 명소도회가 보여준 지식적 풍경을 감각적 · 체험적 풍경으로 변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는 세로 오반(縦大判, tateōban) 판형 속에 근경과 원경, 하늘과 지면을 하나의 화면 속에 통합시켰다. 이로써 히로시게는 풍경을 ‘조망의 회화’에서 ‘시점의 회화’로, 그리고 ‘지리적 풍경’을 ‘시각적 풍경’으로 재구성하였다. 특히, 근상형 구도는 <에도백경> 중 약 45점에서 폭넓게 활용된 핵심 공간 구성 방식으로 이러한 형식 실험은 뒤에서 살펴볼 히로시게 풍경의 비례 체계 속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오쿠보 준이치(大久保純一)는 <에도백경>의 근상형 구도에 대해 그 형식적 목적이 판화의 유통 및 판매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구도가 화면구성의 단조로움을 타파하기 위한 형식이자 동시에 상점에서의 진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9. 즉 판화가 점포에 걸렸을 때 관람자이자 잠재적 구매자가 멀리서도 작품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각 장치로 보는 것이다.
물론 우키요에 풍경화는 새로운 소비 시대의 후원 아래 복제가능한 판화의 대량 생산과 비주얼 마케팅이 결합된 예술 형식이었다. 그러나 히로시게의 공간 구성은 단순히 상업적 목적에 종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감상자에게 자신만의 상상적 서사를 구축하고 경험을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시각적 수수께끼, 다시 말해 유희적 게임에 가까운 시각 공간을 설계했다.
이와 관련하여 헨리 스미스(Henry D. Smith II)는 히로시게의 프레이밍(framing)과 근상형 구도를 ‘시네마틱 비전(cinematic vision)’이라 명명하며, 그의 시각 구성 방식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10. 스미스가 말하는 ‘시네마틱 비전’은 히로시게의 판화가 근대 영화의 직접적인 선구자라는 뜻이 아니라, 생애 말기의 히로시게가 <에도백경> 통해 시간과 공간의 시각적 구성 원리를 실험적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은유적 개념이다. 그는 이러한 영화적 시각성의 대표적인 예로 <가마타 노 우메조노(蒲田の梅園)>를 제시한다(Fig. 5
『에혼에도미야게』에서 히로시게는 같은 장소인 가마타 매화 공원을 전통적인 지리지의 부감 구도로 묘사한 바 있다(Fig. 6
이처럼 히로시게 풍경의 근상형 구도는 단순한 원근법적 장치에 머물지 않고 감상자의 시선을 역동적으로 이동시키는 시각적 리듬의 구조로 기능한다. 전경에 과감히 확대되어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간 사물들은 그 자체가 지닌 운동성과 불안정한 시간성을 통해 감상자의 시선을 끊임없이 진동시킨다. 특히 전경의 모티프들, 예컨대 흔들리는 나뭇가지, 비상하는 독수리, 공중에 부유하는 가마 등은 언제든 형태와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순간적 움직임과 덧없는 시간성을 내포한다. 반면 원경에는 산, 연못, 신사와 같은 정적인 모티프, 곧 ‘영원성’과 ‘불변의 질 서’를 상징하는 종교적 기호가 배치되어 있다. 이렇듯 일시성과 영원성, 운동과 정지가 전경과 원경의 대비 속에서 긴장 관계를 이루며 보는 주체의 시각은 그 사이를 끊임없이 왕복한다. 이러한 구조는 우키요에(浮世絵)가 본래 지닌 어휘적 의미, 즉 덧없이 부유하는 세상(浮世) 속 찰나의 감각과 긴밀히 맞물린다. 히로시게는 이러한 조형적 대비를 통해 장소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적 문맥 속에서 재구성하고, 감상자가 스스로 서사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요컨대 히로시게는 명소도회의 삽화, 즉 당대 문화 시장에 이미 편재하던 풍경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되 그것을 감각적이고 체험적인 공간으로 변용시켰다. 당대의 지리지 삽화가 제시하던 재현적 ‘지식의 풍경’이 전체 조망과 지리적 배열에 근거한 정적인 공간이었다면, <에도백경>의 풍경은 감상자의 시각적 인식과 정서적 반응을 자극하는 동적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Ⅲ. 히로시게의 풍경 분할 방법과 비례 체계
히로시게의 이러한 시각 체계 전환은 단순한 시점의 이동이나 구도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가 재구성한 풍경이 관람자의 지각에 동적인 감각을 부여하면서도 시각적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전체 화면의 구조를 지탱하는 조형 원리, 즉 비례(proportion)에 대한 체계적 인식이 기반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바로 이 비례 체계를 히로시게 조형 의식의 핵심 원리로 주목하고자 한다. 히로시게는 ‘대상을 어떻게 분할하고 각 요소를 어떤 관계 속에 배치할 것인가’라는 문제, 다시 말해 그림의 비례 체계와 화면 분할의 질서에 각별한 중요성을 부여하였다.
그의 저서 『에혼테비키구사』(絵本手引草, Ehon Tebikigusa)는 이러한 비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입증하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이다. 이 책은 그림 학습자를 위한 작화 교본의 성격을 지니며 1849년 이세야(伊勢屋)에서 간행되었다. 초목과 어류의 도해, 그리고 풍경 한 점을 포함한 총 36쪽의 다색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주목할 점은 히로시게가 여러 면에 직접 기술한 회화 원리와 작화 방법론이다. 그는 그림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면서 ‘와리(割り, 분할 또는 비례)’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예컨대, 물고기를 종(種)에 따라 전체를 몇 개의 비례 구간으로 분할하고, 그 안에 머리, 몸통, 꼬리, 눈의 위치를 어떻게 배치할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후지산을 소재로 한 풍경 한 점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풍경화를 중심으로 한 후속편의 발행을 예고하는 일종의 광고적 장치로 이해된다(Fig. 7
풍경을 축소하여 분할하는 요령(割方の心得, Warikata no Kokoroe)이 있는데, 이를 몇몇 도해와 함께 후편에 실어 조금씩 낼 것이다.
이 문장은 히로시게가 풍경화 제작에서 비례와 분할을 조형의 근간으로 인식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근거이다. 비록 후속편이 실제로 출간되지 않아 그가 언급한 풍경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분할비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우리는 <에도백경>을 통해 그러한 비례 체계의 실제 양상을 충분히 역으로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히로시게의 전 생애에 걸친 조형 연구가 응축된 만년의 결과물로서 다양한 구도 실험과 화면 분할 방식이 총체적으로 시도된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히로시게가 다양한 수평, 수직 판형을 오가며 조형 실험을 지속한 끝에 말년 대작인 <에도백경>에서 수직 오반(縦大判, vertical ōban format) 판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11 일부는 이를 판화의 판매 촉진을 위한 것으로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헨리 스미스는 수직 판형의 불안정성(unsettling verticality)을 이유로 그의 선택이 당시의 정치적 위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12 덴포 개혁의 좌절과 함께 1840년대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서구에 패배한 사건은 일본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1853년 7월 매튜 페리 함대가 에도만에 도착하자 이는 정치·외교적 위기의 연쇄를 촉발한다. 즉 히로시게의 말년은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에도 대지진(1855년)과 같은 자연재해가 뒤섞인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불안이 판형의 선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겠으나, 오히려 히로시게는 풍경화의 새로운 형식과 공간 구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수직 오반의 형식적 이점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1830년대 우키요에 풍경화에서 이루어진 주요 혁신 중 하나는 작품들을 표준 오반 판형으로 출판한 것이다. 이 혁신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후가쿠삼십육경(富嶽三十六景, Fugaku Sanjūrokkei)』이 거둔 큰 성공에 기인한다. 가로 오반(horizontal ōban) 판형의 이 연작은 풍경판화가 독립된 장르로 인식되는 이정표가 되었다. 1850년대 중반, 히로시게는 풍경판화에 또 하나의 혁신을 단행한다. 1853년에서 1856년에 간행된 새로운 풍경 연작 『육십여주명소도회(六十余州名所図会, Rokujūyoshū meisho zue)』에서 최초로 세로 오반 판형으로 시리즈를 구성한 것이다. 이전까지 세로 오반 판형은 미인도, 배우도, 영웅도 등 인물화에 주로 사용되었고, 풍경 장르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었다.
사실 동아시아 전통의 그림 형식은 세로형 족자 또한 다수로 세로 형식의 풍경은 불안정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익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라리 가로 오반 판형을 사용한 호쿠사이의 시도야말로 산수화 전통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티모시 클락(Timothy Clark)의 논지는 매우 흥미롭다. 그는 호쿠사이가 가로 판형을 사용한 이유를 서양으로부터 유입된 회화에 대한 탐구의 방편으로 설명한다. 호쿠사이는 수십 년에 걸쳐 서양의 가로 이미지 형식들을 소화하며 창작했고, 이는 젊은 히로시게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호쿠사이가 사망한 뒤 히로시게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는지, 기존의 틀을 깨고 호쿠사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그림 화면을 세로로 돌렸다는 것이다.13 실제로 호쿠사이는 1848년에 사망했고, 바로 그즈음 히로시게는 덴도우 번(天童藩)으로부터 다량의 세로 형식 족자 산수화 제작을 의뢰받는다. 또한 영국박물관에는 1840년대 후반에서 1850년대 초반에 제작된 히로시게의 스케치북이 남아 있는데, 여기에는 수많은 세로 형식의 풍경이 포함되어 있다. 더욱이 히로시게는 1830년대 초중반부터 세로 오반보다 훨씬 더 강한 수직성을 지닌 세로 형식의 풍경을 제작해 왔다. 그 가운데 특히 『사계고토명소(四季江都명소, Shiki kōto meisho)』와 같이, 대략 3:1 비율의 세로로 길게 늘어진 츄우탄자쿠(中短冊) 형식으로 제작된 다수의 풍경은 그가 이미 세로 형식의 풍경 구성을 충분히 연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수직적 풍경 구성의 또 다른 이유는 명소도회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명소도회의 삽화 이미지는 세로 오반과 거의 동일한 화면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이미 세로 형식인 명소도회의 한쪽 페이지 구성을 수직적 공간 설정에 쉽게 차용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히로시게가 수직 오반 판형을 만년의 대작에 선택한 이유는 이 형식이 수평선(horizon line)의 위치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조형적 이점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수평선의 위치 변화는 곧 다층적 시점의 변환과 구도의 변용을 가능하게 만들며, 풍경의 공간적 긴장과 리듬을 조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히로시게는 <에도백경> 118점 전체에서 약 열네 가지 서로 다른 높이의 주요 수평 분할선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에도백경> 118점의 주요 수평 · 수직 분할 양상을 분석한 결과, 히로시게가 다음 다섯 가지 기본 비례 체계를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했음을 확인하였다. 즉, 2분할(1/2, 0.5:0.5), 3분할(1/3, 0.3333:0.6667), 4분할(1/4, 0.25:0.75), 5분할(1/5, 0.2:0.8, 0.4:0.6) 그리고 √2−1분할(0.4142:0.5858)의 비례 체계가 그것이다. 히로시게는 이러한 비례를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주요 구성 요소를 분할, 배치하였으며, 그 결과 풍경 속의 감각적 리듬과 시지각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특히 2분할과 3분할 비례는 각각 전체의 약 22%, 4분할 비례는 약 29%, 5분할 비례는 약 9%에 사용되었고, √2−1분할 비례는 약 16%의 비중을 차지한다(Table 1
Table 1 <『명소에도백경』의 주요 수평 · 수직 분할과 비례> Main Horizontal and Vertical Divisions and Proportions in One Hundred Famous Views of Edo
| no. | Period | Title | Horizontal | Vertical | no. | Period | Title | Horizontal | Vertical |
|---|---|---|---|---|---|---|---|---|---|
| 1 | 1856.2 | Tamagawa-zutsumi no hana | √2-1 | √2-1 | 60 | 4 | Sumidagawa Hashiba no watashi kawaragama | √2-1 | 4 |
| 2 | 2 | Horie Nekozane | 3, 4 | 3, 4 | 61 | 4 | Kakuchū shinonome | 3, 2 | 5, 4 |
| 3 | 2 | Senju no Ōhashi | 4 | 4 | 62 | 4 | Sekiguchi jōsui-bata Bashōan Tsubakiyama | √2-1 | 4 |
| 4 | 2 | Shibaura no fūkei | √2-1 | √2-1 | 63 | 4 | Takanawa Ushimachi | 0.45:0.55 | 3 |
| 5 | 2 | Senzoku no ike Kesakakematsu | 5, 4 | 4 | 64 | 4 | Meguro Jijigachay | 2 | 4 |
| 6 | 4 | Ueno Kiyomizudō Shinobazu no ike | 3, √2-1 | 2, 3 | 65 | 4 | Meguro Taikobashi Yūhinooka | 2, 4 | 4 |
| 7 | 4 | Shinagawa Gotenyama | 2, 4 | 2 | 66 | 4 | Yoshiwara Nihonzutsumi | 3 | 3, √2-1 |
| 8 | 4 | Sumamura Motohachiman | 4 | 4 | 67 | 5 | Ryōgoku Ekōin Moto-Yanagibashi | √2-1, 3, 2 | √2-1, 3, 2 |
| 9 | 4 | Akasaka Kiribatake | 2 | 2 | 68 | 5 | Suidōbashi Surugadai | 2 | 4 |
| 10 | 4 | Shinagawa Susaki | 4 | 4 | 69 | 5 | Horikiri no hanashōbu | 3 | 3, 2 |
| 11 | 4 | Inokashranoike Benten no Yashiro | 4 | 4 | 70 | 5 | Minowa Kanasugi Mikawashima | 5 | 5 |
| 12 | 4 | Ōji Takinogawa | 4 | √2-1 | 71 | 5 | Fukagawa Susaki Jūmantsubo | √2-1 | √2-1 |
| 13 | 4 | Yushima Tenjin Sakaue Chōbō | 5, 2 | 5 | 72 | 7 | Tsukudajima Sumiyoshi no matsuri | 3 | √2-1 |
| 14 | 5 | Nihonbashi yukibare | 4 | 4 | 73 | 7 | Asakusagawa Ōkawabata Miyatogawa | 4 | 4 |
| 15 | 5 | Higurashi no sato Suwanodai | 2 | 2 | 74 | 7 | Ayasegawa Kanegafuchi | 3 | 3 |
| 16 | 5 | Sendagi Dangozaka Hanayashiki | 4 | 4 | 75 | 7 | Shichū han’ei Tanabata Matsuri | 4 | 4 |
| 17 | 5 | Asukayama kita no Chōbō | 4 | 4 | 76 | 7 | Kanasugibashi Shibaura | √2-1 | √2-1, 3 |
| 18 | 5 | Hakkeizaka Yoroikakematsu | 2, 3 | 2, 3 | 77 | 8 | Shiba Atagoyama | 0.475:0.525, 2 | 2 |
| 19 | 5 | Soto-Sakurada Benkeibori Kōjimachi | 4 | 4 | 78 | 8 | Matsuchiyama San’yabori yakei | 2 | 2 |
| 20 | 5 | Kōnodai Tonegawa fūkei | √2-1 | 3 | 79 | 8 | Massaki-hen yori Suijin no mori Uchigawa Sekiya no sato o miru zu | 2 | 2, 4 |
| 21 | 7 | Hiroo Furukawa | 3 | 3 | 80 | 8 | Azumabashi Kinryūzan Enbō | √2-1 | √2-1 |
| 22 | 7 | Meguro Chiyogaike | 3, 4 | 3 | 81 | 8 | Gohyaku Rakan Sazaidō | 2, √2-1 | √2-1, 3 |
| 23 | 7 | Azuma no mori Renri no azusa | 3 | 3 | 82 | 8 | Fukagawa Hachiman Yamabiraki | 4 | 2 |
| 24 | 7 | Tsunohazu Kumano Jūnisha zokushō Jūnisō | 3, 5 | 3, 5 | 83 | 8 | Fukagawa Sanjūsangendō | 5 | 5 |
| 25 | 7 | Kōjimachi-itchōme Sannō Matsuri nerikomi | 3, √2-1 | 3, √2-1 | 84 | 8 | Tsuki no Misaki | √2-1 | √2-1 |
| 26 | 7 | Kameido Tenjin keidai | 4 | 4 | 85 | 8 | Ueno sannai Tsuki no matsu | 3 | 3, 2 |
| 27 | 7 | Onagigawa Gohonmatsu | 2 | 3 | 86 | 8 | Ukeji Akiba no Keidai | √2-1 | 2, 4 |
| 28 | 7 | Asakusa Kinryūzan | 3, 8 | 3, 6 | 87 | 9 | Bakuro-chō Hatsune no Bada | √2-1 | √2-1 |
| 29 | 8 | Sumidagawa Suijin no mori Massaki | √2-1, 4 | 3, 4 | 88 | 9 | Kanda Myōjin Akebono no kei | 2, √2-1 | 2 |
| 30 | 8 | Yatusumi no hashi | √2-1, 4 | 3, 4 | 89 | 9 | Ōji Inari no yashiro | √2-1 | √2-1 |
| 31 | 8 | Ryōgokubashi Ōkawabata | 4 | 4 | 90 | 9 | Shōheibashi Seidō Kandagawa | √2-1 | √2-1 |
| 32 | 8 | Asakusagawa Shubi no matsu Oumayagashi | 2 | 4 | 91 | 9 | Ōji Fudō no taki | 5 | 3, 2 |
| 33 | 8 | Tonegawa Barabara-matsu | 2 | 2 | 92 | 9 | Ōhashi Atake no Yūdachi | 3, 2 | 5 |
| 34 | 8 | Fukugawa Kiba | 2, 4 | 5, 3 | 93 | 9 | Kinokunizaka Akasaka Tameike enkei | 2 | 3 |
| 35 | 9 | Surugatefu | 2 | 2, 4 | 94 | 9 | Ōji Shōzoku enoki Ōmksoka no kitsunebi | 2, 4 | 2, 4 |
| 36 | 9 | Shitaya Hirokōji | √2-1, 4 | 4 | 95 | 10 | Yoroi no watashi Koami-chō | 5 | 5, 3 |
| 37 | 9 | Sarukawa-machi yoru no kei | 5 | 4 | 96 | 11 | Sujikai-uchi Yatsukōji | 3, 5 | 5 |
| 38 | 1857.1 | Kasumigaseki | 3 | 3 | 97 | 11 | Kameido Umeyashiki | 5, 2 | 4, 5 |
| 39 | 1 | Zōjōji-tō Akabane | 2, 5 | 2, 4 | 98 | 11 | Fukagawa Mannenbashi | 2, 4 | 2, 4 |
| 40 | 1 | Komakatadō Azumabashi | 3 | 3, 4 | 99 | 11 | Kanda Kon’ya-chō | 4 | 4 |
| 41 | 1 | Mama no momiji Tekona no yashiro Tsugihashi | √2-1 | 4 | 100 | 11 | Yotsuya Naitō Shinjuku | 4, 3 | 2, 4 |
| 42 | 1 | Takata Sugataminohashi Omokagenohashi Jariba | 4 | 4 | 101 | 11 | Asajusa tanbo Torinomachi mōde | 3, 0.37:0.63 | 4 |
| 43 | 2 | Eitaibashi Tsukudajima | 2, 4 | 2, 4 | 102 | 11 | Toranomon-soto Aoizaka | 3 | 4 |
| 44 | 2 | Higurashi no sato jiin no rinsen | 3, 5 | 2, 3 | 103 | 12 | Yamashita-chō Hibiya Soto-Sakurada | √2-1, 4 | 2, 4 |
| 45 | 2 | Ōji Otonashigawa entail, sezoku Ōtaki to tonau | 3 | 3, 2 | 104 | 12 | Nihonbashi Edobashi | 0.356:0.644, 5 | 5 |
| 46 | 2 | Kawaguchi no watashi Zenkōji | 2, 4 | 2, 4 | 105 | 12 | Kyōbashi Takegashi | 3 | 3 |
| 47 | 2 | Kamata no umezono | √2-1, 3, 2 | √2-1, 3, 2 | 106 | 12 | Mokuboji Uchigawa Gozensaihata | √2-1 | 3 |
| 48 | 2 | Yotsugi-dōri Yōsui hikifune | 4 | 4 | 107 | 12 | Oumayagashi | 2, 4 | 2, 4 |
| 49 | 2 | Mitsumata Wakarenofuchi | √2-1, 3 | √2-1, 2, 3 | 108 | 12 | Atagoshita YabuKōji | 2, 4 | 2, 3 |
| 50 | 2 | Sakasai no watashi | 4 | 4 | 109 | 1858.4 | Ōdenma-chō momendana | 2, 5 | √2-1 |
| 51 | 2 | Nakagawaguchi | 4 | 4 | 110 | 7 | Ōdenma-chō gofukudana | 2, 5 | 3, 5 |
| 52 | 2 | Teppōzu Inaribashi Minato Jinja | √2-1 | √2-1 | 111 | 7 | Teppōzu Tsukiji Monzeki | 3 | 2, 3 |
| 53 | 2 | Niijuju no watashi | 4 | 4 | 112 | 7 | Shiba Shinmei Zōjōji | 4 | 4 |
| 54 | 2 | Koumezutsumi | 3 | 3 | 113 | 8 | Nihonbashi Tōri-itchōme ryakuzu | 4 | 2, 4 |
| 55 | 2 | Minami-shinagawa Samezu kaigan | 4 | 2 | 114 | 8 | Haneda no watashi Benten no yashiro | 0.45:0.55, 5 | 5 |
| 56 | 2 | Takata no baba | 2 | √2-1 | 115 | 8 | Ryōgoku hanabi | √2-1 | √2-1 |
| 57 | 4 | Meguro Shin-Fuji | 3 | 3 | 116 | 10 | Ueno Yamashita | √2-1 | √2-1, 2 |
| 58 | 4 | Meguro Moto-Fuji | 2 | 4 | 117 | 10 | Ichigaya Hachiman | 2, 4 | 2, 3 |
| 59 | 4 | Yanagishima | 4 | 4 | 118 | 10 | Bikunibashi Setchū | 2, 3 | 3, 2 |
1. 2분할 · 4분할 비례
<스루가테후(するかてふ)>는 히로시게가 2분할(bisection) 비례를 가장 전형적으로 구현한 사례이다(Fig. 8

헨리 스미스(Henry D. Smith II)는 히로시게의 이 구도를 “대부분의 일본 화가들이 기피하던 결정적인 대칭성(resolute symmetry)”을 구현한 사례로 평가하였다16. 『겐지 이야기』의 삽화에서 장면 분절을 위해 사용된 전통적 문양인 겐지 구름이 여기서는 화면을 상하로 이등분하는 시각적 경계선의 역할을 한다. 동시에 구름 하단의 황색 보카시 처리는 공간 분할의 효과를 강화하면서 구름 위로 드러난 눈 덮인 후지산에 일종의 초월적이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부여한다. 『에도명소도회』의 삽화가 붐비는 상점과 인파의 활기를 강조한 것과 달리 히로시게의 작품에서는 상점의 노렌(暖簾)이 모두 내려진 해질녁의 거리로 묘사되었고, 인물의 움직임 또한 현저히 줄었다. 그는 구름이 형성하는 2분할의 대칭적 공간 구성을 통해 ‘성(聖)’의 후지산과 ‘속(俗)’의 상점가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풍경의 중심 의미를 후지산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로써 후지산은 『에도명소도회』의 삽화보다 더욱 상징적이고 초월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도네가와 바라바라마쓰(利根川ばらば라松)> 역시 히로시게의 2분할 비례가 지닌 구조적 특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표작이다(Fig. 10
특히 그물이 전경에서 과장된 크기로 묘사되어, 감상자가 그물이 휘둘리는 순간의 ‘슉’ 하는 소리를 체험할 정도의 생동감을 전달한다. 이러한 2분할 비례의 적용은 풍경 내 정적 요소와 동적 요소를 균형 있게 배치함으로써 조형적 안정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획득하게 한다. 화면의 우측에는 역동적인 그물의 움직임을 가득 담고, 좌측은 여백 속에 소나무를 배치하되 두 마리의 새가 소나무를 향해 날아가도록 구성하여 감상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수평선과 소나무로 이끈다. 정교하게 묘사된 그물망 사이로는 희미하게 이어지는 강둑의 윤곽이 보이며, 이는 히로시게가 목판 인쇄의 재료적, 기술적 한계를 정교하게 계산해 낸 결과이다. 그의 디자인은 판각사(彫師)와 인쇄사(摺師)의 협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것으로, 결과적으로 <도네가와 바라바라마쓰>는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목판화 매체가 지닌 조형미와 기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에도백경> 시리즈 중 가장 많이 채택된 4분할(quarter division)은 본질적으로 2분할의 확장에서 비롯된 비례 체계로 <칸다곤야초(神田紺屋町)>는 그 대표적 사례이다(Fig. 11

호쿠사이의 작품에서 천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서서히 후지산을 덮으며 ‘은폐의 장치’로 작용한다. 반면 히로시게는 바람에 휘날리는 천을 ‘개방의 장치’로 전환하여 후지산을 드러내는 시각적 전략을 취한다. ‘호쿠사이가 산을 숭배한 화가라면 히로시게는 도시를 축하한 화가’라는 스미스의 평은 이러한 시각적 대비와 연결된다17.
비례의 관점에서 볼 때, 호쿠사이는 화면을 균등하게 채워 균형을 이루려 했던 반면 히로시게는 ‘균형 있게 비우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앞서 논의한 히로시게가 여백의 창출을 조형적 요소로 적극 활용한 점과 연결된다. 그는 명소도회의 구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화면의 분할을 통해 의미 있는 여백을 구성하고 그 속에 주요 대상을 배치했다(Fig. 1 참조). 호쿠사이의 <곤야초 노 후지> 또한 세로 방향으로는 후지산의 봉우리가 전체 높이의 약 1/2 지점에 있으며, 가로 방향으로는 중앙의 천을 기준으로 4분할 구조를 보인다. 그러나 호쿠사이가 후지와 천의 시각적 균형에 초점을 맞춘 반면 히로시게는 ‘어디를 채우고 어디를 비울 것인가’라는 조형적 판단을 중심으로 비례를 설정하고 있다. 이 대비를 통해 좌측의 1/4 지점 여백 끝에 작게 배치된 후지산은 비록 그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균형 중심(balancing center)으로 작용하며, 의미 작용의 핵심 기호가 된다.
이사부로 오카(Isaburō Oka)는 히로시게의 초기 수평형 오방판에서도 좌우의 밀도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18. 앞서 살펴본 <도네가와 바라바라마쓰>와 마찬가지로 한쪽은 비우고 다른 한쪽은 채우는 좌우 대비 구도는 히로시게가 즐겨 사용한 특징적 공간 구성이다. 따라서 히로시게의 2분할과 그 확장형인 4분할 비례 체계는 단순한 기하학적 분할을 넘어 ‘비움과 채움’을 조율하는 조형 원리로 작동하며 전체 풍경에 균형감과 리듬을 부여한다.
2. 3분할 · 5분할 비례
히로시게는 주로 언덕과 같은 높은 지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하향 시점의 구도에 3분할 혹은 5분할의 산술 분할(arithmetical division)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Fig. 13
사실 이러한 ‘3분할의 원리(三割りの法, Mitsuwari no Hō)’는 호쿠사이(葛飾北斎)가 1815년에 간행한 『호쿠사이망가(北斎漫画)』 제3권에서 도식과 함께 체계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Fig. 14

이에 비해 호쿠사이가 제시한 기하학적 3분할 구도는 히로시게의 세로 오반 판형에서 더욱 자연스러운 공간감으로 실현된다. 그 이유는 판형 자체의 비율과 히로시게의 변형 전략에 있다. 다테오반(약 39cm × 26.5cm)의 가로 · 세로 비는 약 0.67로 삼분할 비례인 2:3 비율(0.666)에 근접한다. 즉 이 비율 위에서의 3분할은 전경 · 중경 · 원경의 분절을 매끄럽게 매개하고, 수평 · 수직 모두에서 안정된 리듬감을 제공한다. 더불어 히로시게는 3분할을 실제 지형의 특징, 즉 언덕의 경사면과 원경의 수평선에 재구성함으로써 서양 원근법 수용 과정에서 전대 화가들이 겪던 어색함을 현저히 줄였다. 그는 작품 제목이 지시하는 ‘가스미가세키’ 언덕의 경사도를 의도적으로 과장하여 원경으로의 조망을 여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형성한다. 이 사례는 히로시게가 실경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기보다 조형적 완성도를 위해 현실 일부를 선별적으로 수정, 생략하는 전략을 구사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1851년에 제작한 『도카이도풍경도회(東海道風景図会)』 서문에서 ‘기품과 아취가 결여된 것은 과감히 생략되어야 한다’고 밝힌 언급과도 부합한다. 즉, 히로시게는 사실성의 추구와 더불어 조형적 완결성을 위해 실재를 변형하여 새로운 풍경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또한 <가스미가세키>는 히로시게의 균형 감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조형 원리를 드러낸다. 그는 삼분할 등 다른 비례 체계를 사용할 때에도 세로 중앙 혹은 상 · 하의 1/2 축에 특정 사물을 배치하여 전체 구도의 균형을 형성하고 작품 의미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 작품에서도 전체 화면은 3분할로 설계되었지만 상단 중심부의 새해를 상징하는 연과 연줄이 ‘시각적 중심’을 형성하여 좌우의 대칭적 안정성을 보강한다. 이는 히로시게가 공간 구성에서 1/2 중심축을 암묵적인 기준으로 삼아, 2분할의 원리를 3분할을 비롯한 다른 비례 체계에 보정 축으로 복합 적용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2분할을 기본 조형 원리로 활용하면서 다른 비례들과의 중층적 결합을 통해 전체 풍경의 안정성과 가독성을 높이고, 감상자가 화면을 자연스럽게 읽어 들어가도록 안내한다.
3. √2−1분할 비례(0.4142 : 0.5858)
√2−1분할 비례는 2분할, 3분할과 더불어 <에도백경>의 근상형 구도에서 주로 사용된 화면 분할 구조이자 본 연구가 특히 주목하는 조형 원리이다. √2−1 분할비(0.4142:0.5858)가 5분할 비례(0.2:0.8, 0.4:0.6)와 일견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작품의 실제 크기를 고려하면 세로 기준 약 0.5cm 의 차이를 드러낸다. √2−1 : 2−√2 : 1 (0.4142:0.5858:1)의 비례는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기초로 한 기하학적 원형(archetypal) 구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앞서 논의한 산술적 비례(arithmetical proportion)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이 비례는 정사각형을 단위(1)로 설정하고, 상단의 모서리에서 대각선(√2)과 교차하도록 호를 그은 뒤, 교차점을 기준으로 하단 모서리에서 다시 호를 그어 정사각형 변과 만나는 지점을 얻음으로써 형성되는 삼항비이다. 로버트 로울러(Robert Lawlor)는 이 비례를 벌집의 육각 구조, 식물의 성장 패턴, 인간과 동물의 신체 비율 등 자연계의 다양한 구조 속에서 발견되는 ‘조화비(harmonic proportion)’로 정의하였다20.
히로시게가 오랜 조형 실험의 과정에서 정사각형의 대각선 구성 원리를 의식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이 기하학적 구성을 인식하고 사용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므로, 5분할의 비례(0.4:0.6)를 감각적으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2−1 위치에 자연스럽게 수렴했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히로시게는 오반 판형의 가로와 세로 모두에 이 비례를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료고쿠하나비〉의 경우, 수평선과 불꽃 곡선의 정점을 이 비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Fig. 16
주목할 점은 히로시게의 대표적 근상형 구도의 상당수가 이 √2−1 비례를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상형 구도는 전경에 대담하게 확대된 사물과 원경의 병치를 통해 감상자의 시각적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자칫하면 과도한 인위성으로 인해 불안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히로시게는 이러한 시각적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화면의 주요 수평 · 수직 축에 √2−1 비례를 도입함으로써 조화롭고 안정된 구성을 달성하였다(Fig. 17
〈아즈마바시 킨류잔 엔보(吾妻橋金龍山遠望)〉 역시 가로와 세로 모두 √2−1 비례로 구획된 전형적인 예시로 전경에는 거의 잘려 나간 형태의 유람선과 게이샤의 뒷모습이 등장하고, 그 주변에는 사선 방향으로 흩날리는 벚꽃잎이 공간의 리듬을 형성한다. 전체 높이 0.4142:0.5858 지점에 수평선이 위치하며, 후지산과 킨류잔 센소지로 알려진 아사쿠사 관음사가 그 위에 자리한다. 전체 풍경을 좌우로 분할 하는 배의 기둥 또한 0.4142:0.5858에 위치시킴으로써 전체 구성은 균형감 있게 매개된다. 또한 √2−1 비례의 수직 · 수평 분할선이 교차하는 지점, 즉 배 지붕의 끝이 화살표처럼 가리키는 바로 그 지점에 아사쿠사 관음사의 상징인 5층 탑을 그려 넣음으로써 작품의 제목이 가리키는 원경의 장소로 감상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가마타 노 우메조노(蒲田の梅園)>와 <료고쿠 에코인 모토야나기바시(両国回向院元柳橋)>는 히로시게 비례 체계의 응용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2−1 비례(점선)가 중심 분할로 설정되었고, 부분적으로 삼분할(실선), 이분할 비례가 복합적으로 적용되어 있다(Fig. 18
『동도세시기(東都歳時記)』 제3권에 수록된 하세가와 셋탄의 삽화는 이 장면을 해석하는 단서를 제공한다(Fig. 19
특히, 전경에 배치된 북루는 세로 오반 화면의 좌측 1/3과 √2−1 지점에 걸쳐 배치되어 있고, 수평선은 전체 높이의 √2−1 지점에 설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수직 · 수평 √2−1 분할선의 교차점에 정확히 후지산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곧 비례를 고려한 시각 요소의 배치가 작품의 주요 의미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그의 주요 근상형 구도에는 이 √2−1 비례 체계를 중심으로 삼분할, 이분할 비례가 복합적으로 적용되어 있다. 마치 수수께끼와도 같은 그의 감각적인 풍경이 감상자로 하여금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가도록 자연스레 시선을 유도하는 이유는 이러한 비례 체계가 화면 구조를 탄탄히 지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제목에 명시된 장소를 의도적으로 가리거나 원경에 작게 배치하고, 대신 그 장소를 상징하는 사물을 전경에 확대하여 배치하는 구도적 방식은 <에도백경> 전반에 걸쳐 반복된다. 히로시게는 단순한 실경 묘사를 넘어 시각적 상징과 감각적 전이를 중심으로 한 풍경의 재구성(reconfiguration)을 수행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적 전략은 단지 외지 관광객을 위한 정보적 풍경을 넘어 에도의 지리와 문화에 익숙한 감상자에게조차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결국 히로시게는 기존의 지리지 삽화의 설명적 서술을 해체하고, 상징적 장치와 독창적 시점 전환을 통해 장소의 의미를 재맥락화함으로써 감상자의 정서를 자극한다. 정교한 화면 분할과 비례 체계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그의 풍경은 감상자에게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보게 하는 시각적 인식의 전환이 된다.
Ⅳ. 결론
히로시게의 『명소에도백경』은 통상 에도의 도시 공간과 계절 감흥을 담은 서정적 풍경판화로 이해되어 왔으나, 본 논문은 그 이면에 작동하는 공간 분할과 비례 체계를 분석함으로써 이 연작을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재규정하고자 하였다. 특히 『에도명소도회』와 『에혼에도미야게』 등 지리지 삽화와의 비교 및 세로 오반 판형에서의 화면 재구성, 와리카타(割方)를 중심으로 한 비례 인식을 검토함으로써 히로시게 풍경이 단순한 실경 재현을 넘어 ‘보는 행위’ 자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조형적 장(場)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의 주요 성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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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에도백경> 118점을 대상으로 한 도식 분석 결과, 히로시게가 2분할, 3분할, 4분할, 5분할, 그리고 √2−1분할 등의 주요 비례 체계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각 비례는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서로 복합적으로 결합 되어 근상형 구도와 부감 시점, 수평선의 위치, 여백의 배치 등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틀’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그는 전경과 원경 사이의 강한 대비, 일시성과 영속성의 긴장, 운동과 정지를 한 화면 안에 묶어내면서도 전체 구도의 균형과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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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히로시게의 근상형 구도는 단순한 선원근법의 변형이라기보다 감상자의 시선 이동과 체험을 유도하는 구성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전경의 나뭇가지, 독수리, 가마, 양산 등과 같은 움직이는 모티프들은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갈 만큼 확대되어 배치되며, 그 너머로 펼쳐지는 후지산, 신사, 하천과 같은 원경의 정적인 요소와 대비된다. 이때 비례 체계는 전경의 과장된 크기와 원경의 축소된 주요 형상을 매개하면서 시선의 왕복 운동과 시야의 전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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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세로 오반 판형의 선택은 단지 사회적 불안이나 시장 전략의 반영으로만 환원되기보다는 명소도회의 세로 화면비와 호응하며 다양한 수평선의 설정을 가능하게 한 형식적 토대로 평가할 수 있다. 세로 화면에서 수평선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은 전경의 크기와 깊이, 원경의 개방성과 폐쇄감을 동시에 조율하는 핵심 수단이다. 본 논문은 <에도백경>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수평 분할과 비례를 제시함으로써 히로시게가 세로 오반 판형을 통해 구도 실험과 시점 조절을 체계적으로 전개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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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명소도회 삽화와의 비교 결과, 히로시게는 기존 지리지의 재현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기보다 선택적 차용과 생략, 확대와 축소, 시점 변화를 통해 ‘지식의 풍경’을 ‘체험의 풍경’으로 전환했음을 제시하였다. 동일한 장소를 다루더라도 그는 명소 자체를 조망하는 대신 그 장소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전환하거나, 제목이 가리키는 장소를 전경의 사물, 실루엣, 상징적 장치로 환원한다. 이러한 전략은 장소의 의미를 고정된 지도 정보에서 벗어나 감각적 경험과 연상, 정서적 반응 속에서 재구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에도 후기 시각문화의 인식 지형을 고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호쿠사이에서 본격화된 우키요에 풍경화의 형식 실험이 히로시게에 이르러 비례와 구도의 수준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정교화되고, 동시에 다양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호쿠사이는 가로 오반 판형과 3분할 도식을 통해 새로운 조망 방식을 개척하였고, 여기에 아키타 난가와 서양식 원근법의 영향이 중첩되면서 새로운 동적 공간이 형성되었다. 히로시게는 이러한 흐름을 일방적으로 계승하기보다 선행 작가들의 실험을 자신의 조형 감각과 결합하여 세로 판형, 근상형 구도, 비례 체계를 결부시키는 매개자이자 조정자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우키요에 풍경의 형식적 진화는 특정 개인의 창안이라기보다 호쿠사이와 히로시게를 비롯한 작가, 출판인, 판각 · 인쇄 기술자, 그리고 소비자의 취향이 얽혀 이루어진 복합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본 논문은 히로시게의 비례 체계와 공간 분할 방식을 통해, 에도 후기 우키요에 풍경화가 지닌 시각 구조의 특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향후 정치 · 사회 · 미술사적 맥락을 정교하게 결부한 연구와 작가 간 비례 체계의 비교 분석이 축적된다면, 히로시게를 포함한 우키요에 풍경화 전반에 대한 이해는 전통적 양식사 서술을 넘어서 보다 복합적인 시각문화 연구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본 연구가 형식 분석의 한 출발점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