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oes of a Master: Chusa’s Critique and the Evolution of His Disciples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 기념
* 국립익산박물관 관장 (Director, Iksan National Museum)
Reviewed work: 추사의 그림수업, 2026년 4월 7일~7월 5일, 대구 간송미술관,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70
20년 만이다. 추사의 화론과 회화작품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시대의 획을 그은 미술사적 의미를 정면으로 탐구한다는 면에서 이번 전시는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추사전에 맞먹는다. 지난 반세기 크고 작은 관련 전시가 이어져 왔으나, 대개는 서예사적 맥락에서 추사체의 가치를 조명하거나 한중 지식인의 학맥과 교유관계를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고, 회화사적 전시는 드물었다. 무엇보다 김정희의 현전 회화작품이 희소한 조건에서 기획 자체가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였다. 백인산 부관장은 김정희의 서예 전적을 다량 출품하기 어려운 현실적 조건에서 회화로 한정했다고 겸손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설령 이를 ‘궁핍’에서 비롯된 부득이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가 보여준 기획의 담대성과 실행력만큼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간송의 보도자료는 국보 〈세한도〉를 비롯한 추사의 대표작들과 함께 이한철, 유숙 등의 미공개 작품 7점이 처음 공개됨을 강조하는데, 출품작의 수준과 규모 면에서 지역에서 보기 드문 대형 전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시 규모보다 더 놀라운 것은 차용의 금기를 넘어선 간송의 변화였다.
2014년 DDP 전시가 간송의 블록버스터식 도약이라면, 2026년 대구전시는 간송 유니버스의 확장된 지평을 보여준다. 〈세한도〉와 〈불이선란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팔인수묵산수도〉와 『예림갑을록』은 리움미술관 및 개인 소장가에게서, 〈홍백매도병풍〉 등은 일민미술관 등에서 차용하였다. 물론 손님의 유명세가 주인의 존재감을 가리는 것은 곤란한 일이겠지만, 적절한 균형점만 찾는다면 1972년 《완당》전 이후 50여 년간 지속된 소장품전 중심 운영의 한계와 전시적 제약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변화의 의미는 지대하다.

전시는 김정희와 제자들이 함께했던 1849년의 품평회를 중심축으로 구성된다. 제2부에 배치된 『예림갑을록』과 〈팔인수묵산수도〉는 당시 이초당에서 이루어진 비평 현장을 재현해주며, 이를 축으로 제1부에서는 추사의 준엄한 예술 세계가, 제3부에서는 제자들의 보다 풍성한 성취가 제시된다. 특히 『예림갑을록』을 중심에 두고 제자들의 산수도를 둘러 배치한 방식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역사적 현장을 직접 목도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 작품들이 당시 김정희가 품평한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학술적 논란이 있는데, 이랑 책임학예사는 이를 도록 논고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반면, 전시에서는 이 문제를 과도하게 전면화하지 않으면서 역사적 디테일의 효과적 시각화에 집중함으로써 학술성과 대중적 전달력 사이의 인상적 균형을 달성하고 있다.

관람객의 호평이 집중된 또 다른 부분은 조희룡을 중심으로 유숙, 김수철 등의 매화도를 제시한 제4부였다. 이 부분은 추사의 이념보다는 제자들이 창조한 새 시대의 감각적 미학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이전 구성과 결을 달리한다. 추사의 강력한 자장에도 불구하고 추사파가 획일적 방향으로 유도되지 않고, 오히려 다채로운 양상으로 전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점에서 이 섹션은 ‘그림수업’의 또 다른 주체로서 우봉 조희룡의 존재감과 후속세대의 개성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는 기층적으로는 김정희의 화론을 계승하면서도 중층적으로 조희룡의 감각을 공유했던 19세기 중반 예단의 복합적 지층을 보여준다. 이러한 층위 속에서 추사의 이념은 후배와 제자들에 의해 회절되고 프리즘화되었던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요 성과는 그 타이틀과 무관하게, 추사의 영향력 자체보다는 후속세대의 개성적 수용 양상을 전면화한 데 있는데, 이는 기존 김정희전을 넘는 보다 근본적 성취의 하나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