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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tle Hues: Goryeo White Porcelain and Joseon Celadon

Yuri Seo*

*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Associate curator, Chuncheon National Museum)

Reviewed work: 미묘지색微妙之色_고려백자와 조선청자, 2026년 3월 5일~7월 31일,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1, 2전시실

Published: June 2026·Vol. , No. 330·pp. 271-273

DOI: https://doi.org/10.31065/kjah.330.202606.011

전시실 입구 Entrance to the Special Exhibition, ⓒ The Author, 2026.
Fig. 1. 전시실 입구 Entrance to the Special Exhibition, ⓒ The Author, 2026.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특별전 《미묘지색微妙之色_고려백자와 조선청자》가 2026년 3월 5일 개막하여 7월 31일까지 열린다. ‘微妙’는 사전적으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섬세하고 오묘함’을 뜻한다. 이 전시는 이처럼 선명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감각, 경계 사이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를 품고 있는 미묘함을 도자의 색을 주제로 풀어냈다.

전시 1부 ‘고려백자, 열망의 빛깔’은 고려백자에 집중한다. 고려의 자기문화를 떠올리면 청자가 먼저 연상되지만, 당시 높은 수준의 백자가 제작되고 있었다. 고려백자는 청자 가마에서 부수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경기도 용인 서리와 여주 중암리 등의 가마에서는 주요 생산품이었다. 다만 양질의 백토 확보와 번조 기술의 한계로 생산량은 극히 적었다. 그럼에도 고려시대 전반에 걸쳐 꾸준히 제작이 이어졌고, 이는 당시 ‘백색 자기’를 향한 열망이 내재함을 방증한다.

전시 2부 전경 View of Part 2 of the Exhibition, ⓒ The Author, 2026.
Fig. 2. 전시 2부 전경 View of Part 2 of the Exhibition, ⓒ The Author, 2026.

전시 동선을 따라 고려백자들을 접하다 보면 청자와 형태는 비슷하지만 태토와 색, 표면의 질감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게 되고, 차별성을 결국 맞이하게 된다. 고려백자는 표면이 거칠거나 유약이 고르게 입혀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이 고려백자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이룬다. 특히 고려청자와 백자를 나란히 배치한 구성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도자사적 흐름과 양식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읽게 만든다. 이는 학술적인 부분까지 함께 제시하려는 전시 의도로 느껴진다.

전시 2부 ‘조선청자, 상징의 빛깔’은 청색이 갖는 상징에 주목했다. 조선 건국 이후 관요에서는 17세기 후반 무렵까지 백자와 함께 청자도 소량 생산하였다. 그 이유는 동궁(東宮)에서 청자를 사용했다는 『중종실록』(1536)의 기록과 신분에 따라 사용하는 기명을 구분한 『경국대전주해』(1554)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신분과 공간에 따라 사용하는 기명을 엄격히 구분했다. 즉 조선청자는 단순한 기물이 아니라, 유교적 질서와 음양오행 사상이 구현된 상징적 매체였던 셈이다.

특히 〈청자유개호〉(보물)는 ‘백태청유자’의 대표작이다. 고려청자와도, 조선백자와도 다른 독자적인 미감을 지니는데, 푸른빛은 맑고 단정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긴장감이 있다. 조선 전기 왕실의 위계와 사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전시의 특징은 절제된 호흡에 있다. 설명은 지나치게 많지 않고, 관람객 스스로 바라보고 머물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가까이에서 바라볼수록 흰색은 단순한 흰색이 아니고, 청색 역시 하나의 푸른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층위는 제목 그대로 미묘하다.

전시 기획자의 입장에서 이처럼 경계에 놓인 대상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전하는 작품도 많지 않을뿐더러 고려백자도, 조선청자도 각각 시대를 대표하는 주류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심이 아닌 주변부를 통해 시대의 미감과 욕망을 읽어내는 방식은 신선했고, 그 미묘한 차이를 직접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으로 남는다.

결국 이 전시는 시대의 열망과 상징에 대한 이야기로 고려의 백색 자기에는 백자를 향한 동경이, 조선의 청자에는 푸른색의 상징성이 담겨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소비해 온 도자사의 구분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화려한 몰입형 전시에 익숙한 시대지만, 이 전시는 오랜만에 조용히 걷고 오래 바라보는 감상의 힘을 되새기게 만든다. 전시를 다 보면 특정 작품의 형태보다도 색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어쩌면 미묘하다는 것은, 쉽게 정의되지 않기에 오래 마음에 머무는 아름다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