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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림 지음, 『한국의 교회미술: 1890-1960년대 가톨릭 미술을 중심으로』(학연문화사, 2025)

Yuna Han*

* 서울대학교(Seoul National University)

Reviewed work: 박아림, 한국의 교회미술: 1890-1960년대 가톨릭 미술을 중심으로, 학연문화사, 2025

Published: June 2026·Vol. , No. 330·pp. 266-267

DOI: https://doi.org/10.31065/kjah.330.202606.009

이 책은 가톨릭이 서학의 일부로 유입된 17세기부터 기독교의 다양한 교파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1960년대까지 한국 교회 미술의 역사를 집대성한 연구서이다. 책의 부제는 현전하는 실물 자료들의 존재 여부를 감안하여 1890년대를 연구의 시작 시기로 상정하고 가톨릭 미술에 중점을 둔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실제로 17~19세기 문헌을 토대로 한국 교회 미술의 발전 양상을 동시대 중국 및 일본의 교회 미술과 비교 고찰한 것은 이 책의 중요한 학술적 성취 중 하나이다. 또한 1890년대 이후 교회 미술에 대한 본격적 논의에 있어서도 성공회와 개신교, 정교회의 자료들이 적극 수용된다. 따라서 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학문적 지평을 아우르는 작업이다.

한국의 교회 미술은 이제까지 접근 장벽이 비교적 높은 분야였다. 기존의 연구들이 개별 작품이나 특정 주제 및 매체에 한정되어 종합적인 지형도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회미술』은 이러한 한계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뛰어넘는다. 첫째, 건축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배치된 성화와 성상, 스테인드글라스, 제대와 세례대 등 다양한 성물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둘째, 성물들의 조형적 특성과 사용 방식이 박해 시대로부터 개화기·일제강점기·해방 이후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 이러한 연구는 방대한 자료 수집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저자는 문헌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적인 현장 답사를 통해 기존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사료들을 대량으로 발굴했다. 또한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건축물 및 내부 구조에 대한 기술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생생한 이해를 돕는다.

『한국의 교회미술』이 밝혀주는 흥미로운 점은 각 교파별로 사용하는 이미지의 형식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성공회 교회에서 사용되었던 십자가의 길 14처 판화와 거의 유사한 작품들이 가톨릭교회에서도 사용되었다. 이는 당시 유럽에서 대량 생산·보급된 상품들이 교파의 구분 없이 양쪽 교회에 동일하게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의 내부가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로 장식된 점도 의외다. 비잔틴 양식은 정교회 건축에 보다 적합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오히려 여러 기독교 교파가 단일한 종교적, 문화적 뿌리를 가졌음을 상기시킨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교회 미술의 토착화 양상이다. 한옥 형태의 교회 건축과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성인들의 성화 등은 시각적 친연성에 기초한 직관적 방식의 토착화이다. 반면, 남녀 신자석을 구분하는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스님들에게 교회 천장의 단청 작업을 요청한 것은 한국의 유교 및 불교의 문화적 전통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존중으로 읽힌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향후 활발한 후속 연구를 촉발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저자도 언급했듯 개별 건축 공간 내부의 성물 배치를 재구성하고 이를 전례적 맥락 안에서 고찰하는 사례연구들이 이어질 것이다. 또한,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 시각문화의 비교 분석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한국 기독교 미술의 공동 비전을 세울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아시아 및 세계 교회 미술사와의 비교학적 연구를 통해 한국 교회 미술의 보편성과 독자성을 파악하는 기회도 마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