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조선시대 甘露圖에 도해된 여성상과 그 의미
국립중앙박물관
발행: 2024년 1월 · 323호 · pp. 3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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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불행한 영혼을 위한 施食 절차를 그린 감로도에는 사부대중의 주요 구성원인 비구니와 우바이를 비롯해 생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여성이 도해된다. 유교사회는 여성의 종교 활동을 금지시켰으나, 남녀의 구별 없이 수행을 독려하는 불교의 교리는 여성 신도에게 평등의 가치를 알려주며 서원을 이뤄나가는 성취감과 해방감을 주었다. 현존하는 70여 점의 감로도 중 비구니가 도해된 감로도는 40점 정도로, 비구니를 도해한 귀중한 사례다.*br* 한편 상궁이나 사당처럼 전문직임을 지닌 여성은 감로도의 주요 도상으로 그려졌을 뿐 아니라 실제 감로도 제작의 후원자로 활약했다. 여성신자들의 지속적인 불사 후원은 경전의 내용을 한글로 언해하는 작업이나, 시각적인 재현물을 앞에 두고 경설을 듣는 방식, 즉 감로도와 같은 서사구성을 지닌 불화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했다. 감로도는 믿음이나 신념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세계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종교화 영역에 속하지만, 기록화로서의 성격도 지닌다. 영혼 구제를 위해 제작되었지만 공동체의 이상이나 욕망, 때로는 공포도 담겨 있어 당시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감로도에 표현된 함의와 변화를 살펴보면서 종교미술에 담긴 젠더 인식의 한 측면을 고찰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