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화불(畫佛)’의 성립: 고려 불화의 이면(裏面)과 복장(腹藏)의 안립구조
동아대학교 역사고고미술사학과 조교수
발행: 2026년 3월 · 329호 · pp. 105-137
DOI: https://doi.org/10.31065/kjah.329.20260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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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고려시대에는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뒤 존격을 머물게 하여 상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안립의례(安立儀禮)가 거행되었다. 안립의례는 복장(腹藏)의 안립과 점안(點眼)의 두 단계로 구성되었다. 고려시대의 사료에서는 불화의 점안에 관한 기록은 확인되지만, 복장의 안립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런데 고려 불화 가운데 이면(裏面)에 종자만다라와 다라니를 융합한 도상의 인출본이 부착된 두 사례가 확인되어 주목된다. 일본 쇼보지 소장의 고려 후기 <아미타여래도>와 묘만지 소장의 1294년명 <미륵하생변상도>가 그것이다. 점안이 장황이 완료된 이후 불화의 표면(表面)을 대상으로 거행되는 의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면에 부착된 만다라·다라니는 점안과는 구분되는 또 하나의 신성화 단계, 곧 불화를 위한 복장 안립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글은 최근 공개된 묘만지 <미륵하생변상도> 이면의 만다라·다라니를 중심으로, 이를 불화를 위한 복장 안립의례의 물질적 단서로서 검토한다. 이를 위해 고려시대 불화의 안립의례를 인도 불교문화권의 프라티슈타(Skt. pratiṣṭhā) 전통과 인도·티베트 불화, 중국 송대 화론서 등의 자료와 비교하여 재조명하고, 묘만지 만다라·다라니의 도상을 의례 구조 속에서 분석한다. 이상의 작업은 불상과 불화가 서로 다른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안립의례의 구조 속에서 이해되었음을 논증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고려 불교미술에서 존상의 성립과 현존을 둘러싼 의례적 사고의 일단을 밝혀 보겠다.
